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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8 월 의 크 리 스 마 스

왕풍뎅이 2010. 2. 17. 11:31

 8 월 의 크 리 스 마 스


"내가 어렸을때 아이들이 모두 가버린 텅빈 운동장에 남아있기를 좋아했다. 그곳에서 내곁에 없는 어머니를 생각하고 아버지도, 그리고 나도 언젠가는 사라져 버린다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죽음을 앞두고 있는 정원이 먼 발치에서 타인의 죽음을 바라봅니다.. 누구나 태어남과 동시에 죽음을 앞두는게 삶이 요구하는 조건이지만, 그 경계를 아는 정원의 시선은 다른 사람들과 같을 수 없습니다.. 살아 있는 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게 아니라 준비하는 자의 시선으로 죽음을 지켜봅니다..


8月, 정원의 일상에 다림이 들어옵니다.. 8月의 짙푸른 녹음처럼 다림은 삶에 있어 가장 푸르른 시기에 있습니다.. 8月의 나무 그늘 아래 있는 다림을 바라보는 정원의 시선은, 죽어가는 자가 삶의 정점에 있는 생명, 곧 삶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다림은 정원에게 있어 삶, 즉 살아간는다는 것 그 자체입니다..


둘이서 살고 있는 정원과 아버지에게 죽음이란 떠나는 사람이나 남는 사람이나 혼자가 됨을 의미합니다.. 더 이상 곁에 머물 수 없는 정원이나 그 아들을 바라보는 아버지나 서로에 대한 안타까움을 마음속 깊히 묻어두고 있지만, 한방울씩 떨어지는 빗방울은 다가오는 죽음을 일깨워줍니다..


정원의 사진관엔 다양한 사람들이 들어왔다 그리고 나갑니다.. 그 사람들은 정원에겐 곧, 다가오는 시간을 의미합니다.. 다가오는 시간은 남아있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정원은 그 시간들이 자기를 거쳐 지나가는 것을 담담하게 맞이합니다.. 남아있는 시간들 속에 다림이 들어옵니다..


지원은 정원이 오래전부터 사랑했던 사람입니다.. 정원은 사진관에서 지원의 액자를 떼어서 봅니다.. 지원의 액자가 걸려있는 자리는 정원의 마음의 자리입니다.. 정숙은 정원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결국 눈물을 글썽거립니다.. 눈물을 참는 동생을 오빠는 애써 모른척 합니다..


지친 모습으로 다림이 사진관으로 들어옵니다.. 더운건 이제 아주 지겹다는 다림의 혼잣말에 정원은 잠시 굳어집니다.. 다림에게 여름은 무더움의 반복으로 밖에 느껴지지 않지만 정원에게 있어 이 여름은 마지막으로 느낄수 있는 여름입니다.. 다시 느낄수 없는 것은 그 무엇하나 소중하지 않은게 없습니다..


살아 움직이는 생명을 바라보는 정원과 그걸 지켜보는 아버지.. 우리가 무감각해서 그렇지 일상 어디서나 삶과 죽음은 있습니다.. 죽음을 마음에 둔 사람은 어디에서나 삶과 죽음의 경계를 느낍니다.. 정원이 찍을려는 사진을 아버지가 찍습니다.. 사진을 찍는것은 남는 사람의 몫입니다


정원의 일상에 다림이 들어옵니다.. 다림의 일상에 정원이 들어옵니다.. 8月의 크리스마스, 한여름 이렇게 정원과 다림은 서로의 가장 소중한 선물로 조금씩 서로의 일상이 됩니다..


"세월은 많은 것을 바꾸어 놓는다 서먹하게 몇마디를 나누고 헤어지면서, 지원이는 내게 자신의 사진을 지워 달라 부탁했다 사랑도 언젠가는 추억으로 그친다"


여름도 이제 막바지로 치닫습니다.. 정원은 죽음을 생각하고 바라보며 또 느낍니다.. 살아가는 것은 죽어가는 것이기도 합니다.. 삶과 죽음은 그 관점만 달리할 뿐 우리가 항상 살아가는 혹은 죽어가는 같은 일상이자 생활입니다..


다림은 끊임없이 먹고 마시고 말합니다.. 그리고 표현합니다.. 먹고 마시고 말한다는 것은 살아간다는 것 그 자체입니다.. 궁금해하고 호감을 표현한다는 것은 다음이 있다는 것입니다.. 다음이 없는 정원은 표현할수가 없습니다.. 다림의 표현에 정원은 그냥 웃음만 짓습니다..


"결국 농담처럼 녀석에게 말해버렸다. 이렇게 술에 취해 녀석에게 응석부리며 웃고 떠들수 있는 날들이 내겐 얼마나 남아 있을지.."


내가 왜 조용히 해야 되냐며 절규하며 절망합니다.. 그리고 흐느껴 웁니다.. 정원에게 조용히 해야 된다는 건 곧 죽음을 의미합니다.. 억눌렸던 죽음에 대한 절망과 다림에 대한 감정을 표현합니다.. 표현한다는 것은 정원의 삶에 대한 의지이자 갈망입니다..


사진관의 창은 정원에겐 하나의 경계입니다.. 죽음으로 가고 있는 사진관 안에서 창을 통해 삶을 바라 봅니다.. 다림이 정원의 사진관 창을 두드립니다.. 그리고 손짓합니다.. 정원이 다림의 사진을 찍습니다.. 놓치기 싫은 잡고만 싶은 삶을 추억으로 남기려 합니다..


가족사진을 찍은 후 할머니는 다시 자리에 앉습니다.. 떠나는 사람이나 보내는 사람이나 서로를 위해 애써 안타까움을 외면하며 담담하게 죽음을 준비합니다.. 정원이 할머니의 영정사진을 찍습니다.. 카메라 렌즈를 통해 자신의 초상을 바라봅니다..


정원은 내리는 비를, 흐르는 시간을 물끄러미 바라만 봅니다.. 흐르는 시간을 그냥 바라만 볼 수 밖에 없는 정원에게 다림이 다가 옵니다.. 정원에게 다림은 삶에 대한 의지이자 간절한 바램입니다.. 서로를 받쳐주는 우산은 서로를 향한 마음이 되어 스밉니다..


창밖에 떨어지는 비를 바라보며 정원은 오지 않는 다림을 기다립니다.. 할머니가 영정 사진을 다시 찍을려고 들어옵니다.. 자신이 살아온 삶의 흔적을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정리하려 합니다.. 이 한장의 사진은 할머니의 삶으로 남습니다..


담배를 피우며 비 내리는 밖을 내다 봅니다.. 다림을 생각하고 또 남아 있는 시간을 떠올려 봅니다.. 다가설수 없는 자신의 마음을 흐르는 빗물에 묻어 보냅니다.. 천둥소리에 잠을 깬 정원은 아버지 옆에 눕습니다.. 아버지는 아들에 대한 안쓰러움과 안타까움을 애써 외면합니다..


창밖으로 멀어져가는 다림을 바라보는 정원의 시선에 안타까움이 묻어납니다.. 잡을수 없는 삶의 바램이 멀어져가는 것을 바라봅니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왔음을 확연히 느낄수 있습니다.. 떨어진 낙엽들 만큼이나 정원의 마음도 무거워져 갑니다.. 지나간 여름 그리고 마지막으로 보내야 할 가을, 겨울.. 다른 사람들은 맞이하는 계절을 정원은 보내야 합니다.. 친구들이 말없이 정원을 가운데에 세웁니다..


아버지는 비디오를 보며 어머니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려 합니다.. 모든 사람은 미련과 추억을 가지고 떠나며 또 남습니다.. 홀로 남을 아버지를 위해 비디오 작동법을 가르치며 절망하는 아들과 말없이 보고 있는 아버지 사이에서 서로에 대한 안타까움이 흐릅니다.. 홀로 남을 아버지를 생각하는 아들의 마음은 무겁기만 합니다..


정원의 사진관에 다림이 찾아옵니다.. 화장을 확인하는 다림의 모습에 정원을 향한 마음이 보입니다.. 찾아오고 손을 내미는 것은 내일을 생각할수 있는 사람들의 몫입니다.. 정원은 다림을 통해 삶을 바라보며 또 느낍니다..


놀이공원에서 다림과의 추억을 만듭니다.. 운동장에서 쫓아갈 수 없는 다림을, 삶의 희망을 쫓아도 봅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다림이 팔짱을 끼자 정원이 순간 멈칫합니다.. 이 시간이 다림과의 마지막 시간이 될 걸 정원은 느낍니다..


아들은 홀로 남을 아버지를 생각합니다.. 아버지는 먼저 떠날 아들을 생각합니다.. 아들은 서러움에 소리죽여 흐느끼며 아버지는 슬픔을 가슴에 묻습니다.. 떠나는 사람이나 남는 사람이나 서로를 위해 해줄수 있는게 없습니다.. 다림은 문닫힌 사진관을 바라보며 발길을 돌립니다..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속을 헤매일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데 있었다.. <황동규님의 즐거운 편지 中..>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 슬픔은 너무나 고통스럽다. 그 고통은 너무나 지독하기 때문에 좀처럼 감당하기 힘들다. 때로는 영혼이 산산조각으로 부서지는 듯한 느낌이든다. 그래서 차라리 사랑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떠한 보상을 받더라도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 슬픔을 치유할수는 없다. 어떠한 진리도 어떠한 성실함도 어떠한 강인함도 어떠한 부드러움도 어떠한 미덕도 그슬픔을 치유할수는 없는것이다. <하루키의 사랑에 대하여 中..>


사진관으로 돌아온 정원은 다림의 편지를 읽습니다.. 그리고 다림에게 편지를 씁니다.. 창을 통해 먼 발치에서 다림을 바라보며 손으로 쫓아봅니다.. 다림에게 쓴 편지는 다림의 사진과 함께 정원의 마음이 됩니다..




"내 기억 속의 무수한 사진들처럼,사랑도 언젠간 추억으로 
 그친다는 것을 난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신만은 추억이 되질 않았습니다. 
 사랑을 간직한 채 떠날 수 있게 해준 당신께 고맙단 말을 남깁니다"               
                            

 

 

 

 

 

전세계 한민족 커뮤니티의 중심 '한열사'

 

출처 : 한류열풍 사랑
글쓴이 : 천千억億기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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