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신과의 전쟁을 벌이다 | |
정통 기독교 신관 뒤집은 ‘아바타’에 교황청 ‘발끈’ ‘매트릭스’ 신의 자리 없애고 ‘트로이’ 신의 목 날려 ■ 조현기자의 <휴심정>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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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로 외화로선 최초로 국내 관객 1천만을 돌파한 <아바타>의 설정은 너무도 동양적이다. 아니 한국적이다. 아바타에서 만물을 주재하는 신은 여호와 하나님 아버지가 아닌 여신 에이와다. 한민족이 창조의 신으로 믿고 있던 여신 마고와 닮았다. 또한 판도라별의 센터인 거대한 신목은 우리민족의 시원이 신성한 나무인 신단수(神壇樹)였던 것과도 닮았다. 자신들을 곰의 자손이라고 표방했을만큼 인간과 동물간의 경계를 두지않았던 것과도 유사하다.
너무도 한국적인 아바타의 설정
인류의 역사는 내종교와 네종교, 내민족과 이민족, 나와 적으로 갈려 끝없는 갈등과 폭력과 지배와 피지배로 점철되었다. 하지만 전직 해병대원으로 하반신이 마비된 주인공 제이크 설리는 조금 전까지 원주민 나비족의 일원이 되어 정글을 달리던 자신의 분신 아바타가 나인가, 이렇게 하반신을 쓰지못하는 자가 나인가라고 묻는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지만, 동양에서 인간은 단지 꿈 속을 헤메는 우매한 자일 뿐이다. 나비족들은 제이크 설리를 ‘꿈꾸는 자’라고 부른다. 동양에선 잠 속의 꿈만이 꿈이 아니다. 일체가 꿈이다. 파란 안경을 쓴 사람의 눈엔 세상이 파랗고, 빨간 안경을 쓴 사람의 눈에 세상은 빨갛게 보이는 것처럼 세상이 제 마음의 투영인 때문이다. 낮엔 무의식적 고정관념을 투영해 판단분별하고 시비한다. 밤엔 무의식의 반영으로 꿈을 꾼다. 제이크 설리를 원주민마을에 보냈던 부대장은 제이크 설리에게 “네가 어느 편인지 잊어버렸느냐?”고 호통을 치지만, 제이크 설리는 마침내 편가르기하는 소아병를 벗어던지고 사랑과 상생과 공존의 대아를 선택한다. 그리고 장자의 대붕과 같은 새를 타고 비상한다. 그는 원주민의 구세주와 같은 ‘막토로’가 된다. 적이 내 편이 되고, 이방인이 구세주가 된 것이다. 원주민의 이름은 장자 호접몽의 주인공인 나비와 같은 나비족이다. 마침내 주인공은 판도라성의 나비족과 새와 동물과 식물과 하나가 되어 신의 종족인 지구인에 맞선다. 자연을 지키기 위해 폭력적인 지구인에 맞선 것이다.
다빈치코드, 예수의 마지막 유혹 등도 ‘불편한 도전’
영상문화연구소 ‘케노시스’ 소장 정혁현 목사는 “기존질서에 도전함으로써 관심을 끌려는 대중문화 역시 욕망을 동력으로 삼은 후기자본주의가 만들어내는 또 하나의 이데올리기일 뿐”이라며 헐리우드 영화를 폄하했다. 하지만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는 “역사적 사실이 아닌 아바타와 같은 공상영화조차 종교의 전통 가치에 부합해야한다고 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것”이라며 “인간 이외의 동식물을 인간을 위한 소비재로만 보지않고 한 생명으로 보는 문명비판적 관점을 통해 신학적 반성을 할 수도 있고, 인간중심의 신학적 후퇴를 하지 않더라도 인간이 자연의 파괴에 대해 더 책임감을 갖게 되는 계기로 삼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황청이 영화에 발끈하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예수와 막달라마리아의 혈통을 그린 <다빈치코드>나 교황청의 비리를 다룬 <천사와 악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예수를 직접적으로 그린 <패션오브 크라이스트>나 <예수의 마지막 유혹>에 대해서도 보수 기독교계가 큰 거부감을 드러냈다.
전통적 가치관과 신들의 영역 넘나들며 통렬한 반전
상업적인 의도와 상관 없이 블럭버스터는 수천년동안 지속되어온 전통적 가치관과 신들의 영역을 넘나들고 있다. 이집트 정부가 ‘인류창조에 대한 전통적 종교관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상영을 금지했던 <매트릭스>는 시스템 속에 갇혀 살아가는 인류의 자화상을 통렬하게 보여준다.
시스템은 고정관념이나 전통 종교의 교리나 도그마로 대치될 수도 있다. 지상 최대의 서사시인 호메로스의 <일리야드>를 원작으로 2004년 개봉됐던 <트로이>는 서양철학의 근간이 된 그리스의 신을 죽이고 ‘인간’을 부활시켰다. 트로이성을 침략하고도 트로이신전의 거대한 아폴로신상 앞에서 두려움에 떠는 병사들과 달리 “신상은 신이 아닌 상일 뿐”이라며 단칼에 목을 날려버리는 아킬리우스(브래드피트 분)는 신의 아들이기보다는 인간이다. 이제 한 지식인의 금서와는 비교할 수 없는 거대한 힘을 지닌 영화들이 신과의 전쟁을 시작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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